생리주기 제각각!! 은하님 블로그에서 트랙백.

때는 2004년 여름. 어찌어찌 구한 캐리비안 베이 평일 공짜표를 5장 움켜쥐고 만세 삼창 부른 후 나를 포함한 회사 동료 4명은 어떻게 하면 가장 눈에 안띄게 다함께 휴가를 낼 수 있을까 연구를 거듭했다.(나머지 한 장은 일행인 L양의 남친) 공짜표 날짜 정할 때 H양의 생리일이 근접하여 이를 피해 날짜를 한번 바꿔 겨우 정했고, 때문에 다들 나름 머리 굴려서 누군 아파서, 누군 일생겨서 등등으로 d-day 사수는 99% 성공에 가까워졌다. 하지만 그 날을 하루 앞두고 낌새가 이상하다는 O양.

......

약을 먹였다. 생리야 멈춰줘! 이젠 날짜 바꿀 수도 없단 말야!! 휴가도 이미 다 냈단 말이지!! O양은 그리하여 세이브.

d-day. 극도 흥분 속 울랄라 거리며 L양 차를 타고 고속도로 진입 전, 고픈 배를 채워야하지 않을까 하며 양재역 근처의 편의점에 들어갔다. 신나게 김밥이니 음료수니 고르고 있는데 L양, 갑자기 소릴 지르며 바깥으로 뛰쳐나간다. 덩달아 우루루 뛰쳐나간 여인들. 불법주차라고 딱지 붙이고 디카로 사진을 찍힐 찰나다. 악악 거리며 김밥사려고 잠깐 세워둔거니까 제발 그냥 가달라고 난리를 치고 얼마간 실랑이를 벌이다 다행히 아저씨의 양보로 한숨 돌림.

많은 난관이 있었으나 드디어 캐리베리로 입성하여 기분 완전 좋게 튜브타고 봅슬레이 내려오고 5명 모두 서핑에서 고꾸라지고 파도풀에서 우어어 거리고...점심으로 L양 남친님이 사주시는 핫도그를 하나씩 입에 물고 우물거리며 오전의 행복에 한껏 젖어있는데, 잠시 화장실 다녀온 L양. 표정이 제대로 똥씹었다다. 생리 시작...뜨허! 그렇게 피하려고 피하려고 애를 쓰고 누군 약까지 먹여가며 델꼬왔는데, 결국 피할 수 없었던 여인들의 숙명인거라. 할 수 없이 사물함(나와 같은 걸 썼다)에서 옷을 꺼내 갈아입히고 나중에 끝나거든 보자며 그 커플은 그렇게 밖으로 나갔다. 어찌어찌 시간은 흘러 만나기로 한 5시가 다되어간다.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는데 뭔가 이상하다. 아뿔사. L양 신발이 그대로 들어있다. 캐리베리 안에선 맨발로 돌아다니니 신발에 대한 개념상실로 신 안신기고 내보낸거다. 우리가 핸펀을 안들고 다니니 연락할 길도 없었을텐데 신발도 없이 어딜 간걸까 걱정하며 나가봤더니 뭔가 요상한 슬리퍼를 만원주고 샀다며 신고있다. 그걸 끌고 호암미술관까지 갔다왔댄다.

여자 넷이 물놀이가려면 이정도의 난관이 디폴트가 아닐까 싶다. 여러가지로 일 많았던 하루긴 하지만 그래서 더욱 각별한 추억으로 남아있는지도.
Posted by skywal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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