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일들에 지쳐 늦게나마 휴가 떠나고팠던 8월초. 맘같아선 당장 다 때려치고 떠나고팠지만 남친이 9월에나 휴가낼 수 있다고 해서 눈물을 머금고 좀더 참기로.

 

마지막까지 경합을 벌였던 세부와 코타키나발루.

코타키나발루의 수트라하버 상품으로 거의 마음이 기울었다가 회사 부회장님 중 한분이 임페리얼팰리스 회원권을 가지고 계시다는 정보를 입수, 하루 5만원돈이면 해결이 된다는 말에 곧바로 세부에 무게가 실렸다.

세부행 항공권 검색 끝에 진에어 공동구매로 낙찰. 세퍼 프로모는 늦은 정보입수로 당연히 구입실패ㅋ

하지만 정작 회원권을 가진 부회장님이 며칠동안 회사에 나오시지 않으면서 임페리얼 팰리스는 물건너 가고 이를 대신할 리조트를 고심하다가 먼저 세부를 다녀온 동생이 보홀이 훨씬 좋았다는 평을 하면서 아예 우린 보홀로 건너가버리자, 라고 결론내리고 리조트도 아마렐라 리조트라는 4성급이지만 조용하고 아기자기한 맛이 있다는 곳으로 결정했다. 임페리얼은 저렴하게 갈 수도 있을테고 최고급 리조트이니 시설 또한 끝내주겠지만 사람, 특히 한국인이 너무 많을 것 같았기에 크게 미련두지는 않았었다. 아마렐라에 대한 아고다 및 기타 블로그 평도 좋았고. 물론 도착하는 첫날은 공항 근처 저렴 호텔로 역시 검색을 거듭하여 골드베리로 결정.

 

드디어 9월 8일!

밤 9시 비행기라 저녁 5시 좀 넘어 지하철타고 널럴하게 공항으로 향했다.

공항철도의 위대함! 순식간에 인천!

7시에 오픈한다는 진에어 카운터 앞은 이미 줄이 길다. 기다리는 동안 인터넷으로 신청해서 수수료 70% 할인받은 환전 달러도 찾고, 남친이 공수해온 콘샐러드로 허기도 달래고, 줄 선 사람들을 보며 저들은 이런 사연, 이들은 이런 사연이 있지 않을까 추측도 해보고, 어느새 7시. 짐 부치고 검색대 통과하는데 조금 남아서 괜찮을 것 같았던 스킨이 문제가 됐다. 남은 양이 문제가 아니고 용기의 크기가 문제란다. 버릴거냐 도로 부칠거냐 물어보는데 당황해서 어버버하는 동안 남친님이 좀전에 상납했던, 내가 미치도록 좋아하는 핑크 레모네이드 빈 병이 굴러온다. 이게 뭐여 남친을 보니 그것 역시 검색대 통과에 걸려서 남친한테 자기들이 보는 앞에서 다 마시라고 했다고;; 악 나랑 나눠 마시지 혼자 홀랑 먹냐!! 징징거리며 도로 들고 나가서 스킨 따로 부치고 겨우 입성.

 

자 이번엔 라운지로 공항 이용의 정수를 느낄 차례지. 마티나 라운지가 먹을 것 종류는 적어도 실하게 먹은 느낌이 난다는 정보 또한 입수한 상태였기에 부지런히 찾아가서 배터지게 먹었다. 순두부찌개는 좀 이상했지만(순두부가 별로없음) 연어샐러드 폭풍 흡입, 샌드위치, 와플, 슾, 볶음밥, 들 샐러드, 컵라면에 캔커피까지 챙겨먹은 센스. 다른 테이블 보니 이정도로 먹지는 않던데 우린 배고팠습니다...ㄱ- 현대카드 M2, 파파존스 50% 할인 다음으로 우리에게 기쁨을 줬어. 기대했던 PP카드는 외환카드 이용실적이 저조해서 무용지물. 하지만 외환 시그니쳐 만들 때 받았던 신라면세점 15만원 바우쳐는 또다른 기쁨이었다ㅋㅋㅋㅋ 아 실속실속!! 이번엔 면세점에서 산거라고는 바우쳐 이용한 거랑 부탁받은 양주 두병 및 양쪽집에 드릴 정관장을 기내에서 산 것 외엔 없었음. 탑승동 넘어가서 슈에무라 클린징 오일 사려고 보니 하....처음 이를 접했을 때 면세점에서 대략 5만원대면 샀던 것 같은데 어느새 신제품은 11만원이 넘는다. 바우쳐 사용시 한 브랜드에서만 15만원 이상 사야한다는 그지같은 조항이 있었기에 볼터치랑 아이라인펜슬, 립스틱을 골랐다. 17만 얼마라나. 면세점은 늘 롯데만 이용해서 신라카드가 없다고 했더니 롯데 있으면 만들어준다고 회원카드 만들면서 M2였나 시그니쳐였나 하여간 뭔가 카드 제시했더니 VIP 같은 걸로 승격ㅋㅋ 그러면서 할인 쿠폰도 줬다. 이래저래 할인받고 뭐하고 했더니 결국 난 7천원만 냈음. 꺄하하하하하 라운지 공짜밥에 15만원어치 화장품도 챙겼;;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동안 카드로 얼마나 싸질러놨으면;;;; 이러니저러니 해도 우린 카드사의 노예일 뿐.

 

드디어 콜 들어온다.

보딩 직전 집에 전화했더니 필리핀 위험하지 않냐고 아빠 엄마의 걱정이 대단.

여행사 끼고 가는게 아니라고 했더니 더 걱정.

장정과 함께 가니 걱정말라는 뜻에서 남친 바꿔드렸더니 안심? 또다른 걱정?ㅋㅋㅋㅋ

 

필리핀으로 고고고~

배불러서 기내식 주는건 푸딩이랑 물만 먹고 삼각김밥이랑 바나나는 남친께 하사. 핸펀으로 열심히 템플런(요즘 모바일 겜 1위 아닌가?)도 하고 기내면세 책자를 보며 은근 이 목걸이 이쁘다 저 목걸이 이쁘다 치근치근 그러던 와중에 투닥투닥 싸우기도 하고 뜨겁게 화해하기도 하며 나름 열정의 5시간 비행을 끝내고 막탄 공항에 도착. 아 물론 면세점에서 산 화장품의 포장은 모조리 해체하여 면세점 봉투채 버리는 작업도 잊지 않았음.

근데....!!! 왓더퍽!!!!!!

 

에스컬레이터로 내려오는데 앞에 사람들이 우글우글하다. 내려와서 다시 계단으로 올라와서 줄 섬. ㅅㅂ 입국심사에 걸려서 엄청나게 많은 한국인들이 꽉꽉 들어차있는거다. 이런 상황 어느 까페에서도 읽어본 적 없는 것 같은데? 그냥 면세점에서 산 거 잘 숨겨라, 이정도까지만 봤었지....현지시각으로 새벽 1시에 막탄에서 묵기로 한 호텔에서 픽업 나오기로 했는데 이미 1시는 넘었고...그와중에 비행기 한 대가 더 들어왔는지 사람들이 더 몰려온다ㅎㅎㅎㅎ 덥기도 덥고 이노무 공항은 에어컨도 안트나;; 필리핀 오자마자 호된 경험이다. 뭣때매 이렇게 오래걸리는겨!! 거의 1시간을 기다린 끝에 새치기했네 말았네 싸우는 사람들도 생기고 그러거나 말거나 심사는 아주그냥 느긋하기 짝이 없다. 그 너머를 보니 세관에도 줄섰네. 아니 근데 면세점 봉투를 당당하게 들고계신 분들은 어찌된겨. 관세를 내고야말겠다는 굳은 의지인가! 2시 넘어서 겨우 심사대에 설 수 있었다. 근데 그렇게 깐깐하던 양반이 우리 둘에겐 아무것도 안묻고 그냥 곧장 도장찍어주고 들여보낸다. 뭐야!!! 뭔가 억울해!!!!!! 우리한테도 뭔가 물어보라고!!!!!!! 그동안 앞에선 뭐가 문제여서 그 난리였던거야 대체. 게다가 더 황당한 건 세관 갔더니 그냥 바로 나가랜다. 뭐야!!!!!! 우리도 가방 까고 싶다고!!!!!!! 그렇게 없어보이냐!!!!!!ㅠㅠㅠ 둘이 캐리어 하나 끌고 배낭 하나씩 메고 그랬더니 정말 없어보였나...가 아니라 정말 없긴 하지. 뺏긴 물건들이 쌓인 세관을 밋밋하게 통과.

 

2시 반이 다 된 시점에 공항 밖으로 나섰더니 각 호텔이며 리조트에서 픽업 나온 사람들, 택시 호객행위 하는 사람들로 장사진이다. 언뜻 보기에 우리 이름이 안보여서 너무 늦어서 갔나보다 슬퍼하며 환전이나 해볼까, 50불만 페소로 환전(1불에 40페소, 나중 마리나몰에선 41.25 정도 됐음)하고 택시 잡아타세 하며 길 건너서 피켓맨들 뒤를 걸어가는데 제일 마지막에 서있던 사람이 내미는 종이를 보니!!! 오오~~ 골드베리 피켓에 내 이름이! 이미 한 커플은 기다리고 있었고 우리 둘은 막판에 발견한거. 첨부터 택시로 실갱이하지 않아도 된다는 기쁨과 뭔가 잘 풀려갈 것 같은 감동으로 차를 탔다. 골드베리까진 5분 걸렸나? 창문이 없는 스튜디오를 예약했었고 이에 남친은 좀 갑갑해하는 것 같았지만 뭐, 잠깐 머물 방인데. 벌써 새벽 3시다. 다음날 일정을 위해 서둘러 잠을 청했다. 필리핀에서의 첫 밤.....여기까지 이르는 동안 사진 한 장 안찍었다.ㅋㅋ

Posted by skywal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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