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책은 아직 완간 전이지만, 스토리를 조금 달리하여 방영한 애니는 예전에 완결되었기에 사얌의 지원하에 지금 막 24화까지 다 봤다. 더 빨리 볼 수도 있었는데 와우하느라...--;; 여럿이서 같이 겜하는 건 더 재밌고 렙업도 빨리 할 수 있지만 한번 시작하면 중간에 혼자 빠지기가 곤란하다는 단점도ㅋ
만화와 애니가 '조금' 달랐다고 표현하긴 했지만 아직 책 완간 전이라 섣불리 표현한 것일 수도 있고, 일단 지금까지 나온 것과 비교해볼때는 '꽤' 달라진 스토리였다. 확실히 애니쪽의 내용이 순화되었고, 복잡하고 어려운 메시지를 명료하게 전달하기 위해 조금은 전형적이라 할 수 있는 상황의 연출이 있지만 그 나름의 재미가 있다.
언뜻 아이들이 조종하는 로봇물이라 하면 메카닉과 소년적 승부근성이 주제가 된 내용이라 판단하기 쉽지만, 지어스는 그리 만만한 내용이 아니다. 등장하는 로봇들의 외양은 꽤 훈늉하시지만, 전투시 특별한 능력 발휘나 화려한 기술...이딴건 없다. 보통은 그저 막 패는 것으로 빠르게 마무리. 주된 내용은 15명 아이들 각각의 삶과 우연찮게 파일럿이 된 이후의 대처기제다.
(이후 스포일러 포함)
'솎아내기' 작업의 일환으로 무한한 평행우주 가운데 유사성이 큰 우주끼리 묶어 각 지구를 대표하는 로봇을 1:1로 맞붙여서 싸우게 한 뒤 이긴 쪽의 지구가 속한 우주는 살아남고, 진 쪽의 우주는 소멸한다. 여기까지는 그럴수도....싶기도 한데, 처음에 만화책 1권 보다가 헉- 놀라버린 게, 파일럿은 전투 후 죽는다는 것. 로봇이 파일럿의 생명을 에너지로 삼기 때문이다. 단순한 게임인 줄 알고 계약하게 된 사람에겐 날벼락이 아닐 수 없다. 계약파기는 불가능하다. 다음 파일럿이 되는 아이는 전투하는 그 날이 소위 제삿날이고 곧 다가올 그날까지가 시한부 인생. 매우 거창한 명제, 우리 지구를 살리기 위해, 아니 지구 정도가 아니라 우주 전체를 존속시키기 위해 (그야말로 보쿠라노; 우리들의) 이기건 지건 자신이 죽는 결과가 기다리고 있는 전투를 해야하는 아이들. 자신의 삶에 대해 생각치 않을 수 없다. 이 지구는 지켜질 가치가 있는 것인가? 적의 로봇에도 같은 사정의 그쪽 지구 사람들이 타고 있다. 어떤 이유로 싸워야할 것인가. 그 '왜'에 대한 대답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어차피 나 죽는데 다같이 죽어버리자. 또는, 이 썩을 지구, 과연 다른 지구보다 남아서 좋을 게 뭐? 등등의 이유로 설명되어질 자살하는 적 로봇도 나온다.(애니)
윗선에 사실이 알려지자 반응은 어떠한가. 국민의 알 권리를 박탈하고 알량한 국익을 위한 기술확보 및 재계의 돈줄로 이용하기 위한 움직임이 빨라진다. 어떤 지구는 자신들의 지구를 지켜달라며, 살려달라며 적인 우리의 지어스에게 플랭카드로 시위하고 함정을 파기도 하는데, 우리 지구는 우주의 소멸과 같은 SF적 이야기는 집어치우라며 오히려 아이들과 피해지역 주민들의 희생을 자초하고자 한다. 어느 지구가 남겨질 가치가 있을까? 꼭 이겨야하는 것일까? 지킬 가족이라고? 가족이 없는 파일럿이라면? 세상에 대한 실망과 회의가 가득한 파일럿이라면? 애니에선 이런 고민을 가볍게 짚고 넘어가지만 만화책에선 좀 더 심도깊은 대화가 나온다.
지켜진 지구에서 살아남은 자들이 달리 할 것은 없다. 그저 살아온대로 살아가는 것뿐. 로봇들의 전투는 약육강식의 법칙 그대로였고, 우리 삶도 다를 바 없다. 그들의 전투는 우리의 전투였고, 사실상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살아가는 전투의 장이 마련되어 있는 것만으로 감사해야할 것인가.
!) 평행우주 개념이 보편적인 데 반해 '개는 말할것도 없고'에서는 언젠가 한번 언급한 바와 같이 세부상황이 달라지더라도 결국 절대적 결론의 우주로 나아간다는 설정이 굉장히 신선했다.
!!) 칸지군이 본 그 하얀옷입은 자들은 결국 누구인지? 우주 솎아내기 같은 엄청난 일을 하는 존재는 무엇인지 더이상 설명이 없었다. 전투에서 이긴 다음의 지구의 나아갈 길에 대한 코에무시의 얘기도 그냥 공중에 벙..
!!!) 와우 세나리우스 서버 너무 붐빈다. 대기시간 동안 막 써내려가서 뭘 어케 적었는지도;;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