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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년간 1월 1일에 본가에 머물렀던 적이 없었다.
신정을 쇠는 집임에도 불구하고 떳떳한 낯을 하고 내려올 수 없었던 나는
가족들에게, 친지들에게, 그저 죄인이었다.
이나이 먹도록 결혼을 한 것도 아니고, 그 좋다는 직장을 몇개월만에 때려치고는
벤처에 들어가서 몇년간 희희낙낙 제앞가림만 겨우 하다가
서른 넘기고선 곧 공부하겠다고 회사 관둔 것까진 패기넘쳤다고 봐줄 수도 있겠다.

3년차로 넘어가면서 모아둔 돈이 다 떨어지면서는 전적으로 집에 기대는 상황이 되었었다.
4년차로 접어들면서는 공부하는 내내 심장이 타들어갔다.
무언가 이렇게 간절히 바랐던 적이 있던가.
일어나도 잠들어도 무언가 보거나 듣거나....오감으로, 육감으로 합격을 바라고 또 바랐다.
말로는 안되면 또하는거지 하면서도 사실 막막했었다.
이미 인생의 실패자가 된 것 같았다.

성공케이스만을 생각하였을 때는 주위 사람들에게 권함직도 하지만,
그간의 과정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고통스러웠기에
이젠 이길로 들어서라고 권유하기가 쉽지 않다.

그나마 올해 되어 난 정말 다행이지만, 훨씬 더 딱한 상황에 있는 많은 수험생들...
가슴 한켠이 아릴 수 밖에 없는 건 그 자리에 내가 있어왔고,
그들과의 운이 서로 조금만 어긋나더라도 지금 내가 그렇게 고통받고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이 우리를 이렇게 만들었나.
돈이 최고의 가치가 되었고. 많은 돈을 벌지 못하면 병신이고. 병신된 건 개인의 능력차 때문이다?
돈은 최고의 가치가 아니고, 돈버는 기계가 아닌 것이 병신인증은 아니며,
개인의 능력보다는 사회제도적 문제에서 출발한다고 보는 것이 옳음에도 불구하고
누구도 본질적인 문제 해결을 하려하지 않고 그저 기득권이 만들어둔 흐름을 타고
자신이 대세 속에 합류되길 바랄 뿐이다.
나역시 그래서 이 시험을 택했고, 돈벌기를 바라고, 촛불 한번 들지 못했고, 노제도 가지 못했고.

모든 것을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려는 작금의 상황이 무섭다.
번쩍이는 특징없는 나라로 몰고가는 상황도 무섭고,
그 과정상 때려부숴지는 노점상도 가슴 아프고,
그 노점상인이 아마도 한나라당을, 이명박을 지지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가장 두려운 현실이다.

학생 때 운동하던 분들도 평가사의 길을 걸으며 기득권이 되자 태도가 변하더란 얘긴 익히 들었다.
그런 것 다 떠나서라도 자신의 권리를 진정 지켜주는 자가 누구인지 보려하지 않고
병신처럼 조중동에 놀아나는 생각없는 사람들을 보면서 희망을 잃었다.
자신을 버려야 살 수 있다는 글을 이 세상을 등지기 몇일 전에 노대통령이 쓰셨었다.
흐느끼며 나도 돈벌겠다고, 권력을 갖겠다고, 놀아나는 사람들을 위한 마음 따위
이젠 다 버리겠다고 댓글 달고 얼마 후 그분은 훌훌 가버리셨다.
일주일을 온몸으로 울었었다.

2010년은 행복할까?
떡볶이를 입에 처넣는 사진을 대문짝만하게 실어보내며 뒤로는 조경도시 서울 만드느라
용역까지 동원하며 노점상 강제철거를 행하는 정권을 향해 지속적인 지지를 보내는 한,
상위 2% 외 우리들의 행복 역시 철거될 것이다.
모두가 '능력의 부재'로 인한 '죄인'이 될테니까.
나역시 방관자로서의 죄값을 치르게 되겠지.
이미 피는 흘렀다.

Posted by skywal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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