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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한테 차마 그자리에선 말 못했는데(쑥스..),
마지막 무렵 디디가 절규할 때 실은 울 뻔했다.

고도가 무엇이건간에 올 것이라는 희망은 계속 꺾일 것이 분명해졌고,
아이에게 나를 만난 것 기억해달라는 말도 허공에 외쳐진 것임이 틀림없었으니까.

1막에서 잠잘 때 몸 덮는 데 쓰겠다고 다음날 끈 가져오는 것을 상기시켜달라는 고고의 말은
2막의 마지막에서 목을 매달 튼튼한 끈이 필요하다는 말과 대비되어
고도를 기다리며 지탱하던 삶이 어느덧 잔뜩 지친 채 죽음으로써 안식을! 이라고 외치는 듯 했다.

그만 가자
안돼

고도를 기다려야지
참 그렇지

희망적이고 힘차던 위 대사는 극의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어쩔 수 없이 쥐어짜듯 나오게 되었고
이후 그들이 헤어지게 될 지, 잎이 난 나무에 목매다는 것으로 종결할 지,
다음날도 전날과 같이 하루를 시작하는 것을 계속 반복할 지는 알 수 없었다.

막내린 무대 앞에 남겨진 우리들은 '고도'를 기다리며 살아야할 지 여부를 고민하게 되리라.


ps. 부조리극답게 말안되는 대사와 같은 상황의 반복으로 자칫 지루하기 쉬운 연극이지만, 700갑자 내공의 연기자분들 덕에 가슴떨리는 감동을 받았기에 더없는 찬사를 보낼 뿐이다. 예기치않게 '다람쥐'가 되어 고고의 뜨거운(?) 시선을 한동안 받았던 것은 가문의 영광. 하지만 그 순간엔 너무 당황해서 애꿎은 사얌의 등만 긁을 뿐이었고;; 럭키역을 맡으신 분은 폭발적 대사 하나 외엔 행동으로 모든 것을 보여줘야해서 외려 더욱 어려운 연기였을 것 같은데, 그래서 더욱 눈에 띄더라능. 내일이 마지막 공연이라고 하니 이제 겨우 봐놓고 아쉽기만 하다.

Posted by skywal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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